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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계란 농단 1년, 추석 밥상에 오를 자격도 없는 농정

작성일2026-09-23
작성자대한산란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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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겠다던 농민회 원로의 말을 전한 게 부끄러워지는 이유
계란농단 사태는 윤석열 정부 때 이미 많이 누적되어 있었다.
계란농단 사태는 윤석열 정부 때 이미 많이 누적되어 있었다.

농지 전수 조사가 최근 농업계 최대 이슈로 떠 올랐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정부의 계란 농단 사태 또한 부각되고 있다. 잇따라 법원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뒤짚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분명 얼마까지만 해도 산란계농가들은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계란 값을 높게 올려 받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의혹제기,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그리고 사단법인 지정 취소라는 상상하기 힘든 뉴스를 연달아서 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농식품부의 산란계협회 인가 취소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도 잘못됐다고 판결해 줬으니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이 든다. 지난 1년 수개월 산란계 농가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명절을 앞두고 다시 짚어보니, 참 기가 막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돼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곪아온 '계란 농단'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바로잡힐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손을 댈 때마다 문제는 더 커졌다. 개선이 아니라 확전이었다.
 
시작은 돈이었다. 자조금 매칭 펀드부터 농식품부는 계란협회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끊어버렸다. 2025년 잠깐 쥐여주는 척하더니 도로 거둬갔다.

한우에는 매년 100억 원 가까이, 한돈과 낙농에 각 50억 원 가량을 지원하는 동안, 계란 농가는 5억 원을 거출하든 20억 원을 거출하든 고작 1억 원 남짓을 받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산란계협회 출범 후 딱 한 번, 2025년에 내준 게 전부였다. 1억 원조차 아까워 끊어버린 정부가 뒤이어 벌인 일들을 보면, 이건 예산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괘씸죄였다는 게 드러난다.
 
다음은 명분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농식품부 송미령 장관에게 지시한다. 그리고 농식품부는 각 분야별로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회의 몇 번 열더니, 계란 중량 규격으로 수십 년간 써온 '왕·특·대·중·소' 규격을 'XXL·XL·L·M·S'로 갈아치웠다.

현장과 협의 없는 일방통행이라는 항의에는 "등급란에만 적용하는 것이지 강제가 아니다"라는 변명이 돌아왔다. 그러고는 축산물품질평가원 통계 사이트에서 기존 표기를 아예 지워버리고 영어 표기로 대체했다.
 
헷갈린다는 게 이유였다면, 왕·특·대·중·소는 수박도 사과도 감귤도 배도 복숭아도 자두, 단감도 쓰는 표기다. 유독 계란만 헷갈린다는 건 궤변이다. 현장이 건의한 적도 없는 설문을 돌려 소비자가 영문표기가 헷갈리지 않는다는 억지 명분을 만들고, 그 명분으로 바뀐 규격을 홍보하겠다며 혈세로 프로모션까지 벌였다.

필자가 몇 해째 계란 유통의 근본 문제 — 계란만 유일하게 공영 도매시장이 없어 가격 발견 기능 등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구조 — 를 지적해온 입장에서 보면, 정작 손대야 할 곳은 안 건드리고 표기법만 영어로 바꾸고는 유통구조를 개혁했다고 홍보하니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성과라고 발표한 산란계협회 과징금 부과 내용.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성과라고 발표한 산란계협회 과징금 부과 내용.


세 번째는 억압이었다. 계란 가격 고시 중단을 집요하게 압박하다(사실 고시 중단 요구보다 기사로는 말 못할 요구와 압박이 있었음) 말을 듣지 않자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으로 신고했다.

협회가 농가들에게 제공하던 기준가격 서비스를 그렇게 끊어놓고는, 정작 정부 스스로는 계란 가격 통계를 조작하는 일을 벌였다. 계란 물가 조사에 기본이 되는 일반 특란 30구 판란에만 할인쿠폰을 지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에 이 쿠폰을 몰아주어 판매가격을 5000~6000원대로 낮춰 팔게 했고, 그 할인된 가격을 조사해서 시중에 9000원에서 1만원대에 판매되는 계란 가격이 6000~7000원대에 형성되는 것처럼 통계를 조작했다.

가격을 담합이라 몰아세울 자격이 있으려면 최소한 정부가 내놓는 숫자만큼은 정직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기준을 끊은 자리를 조작된 통계로 채워놓고 물가를 잡았다고 자랑하는 꼴을, 지켜보는 농가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했을까.

과징금 발표가 나오자마자 농식품부는 기다렸다는 듯 협회 설립 인가를 취소했다. 담합을 이유로 협회 임원들을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라는 공문을, 실명과 인적사항까지 첨부해 전국 시·도·시·군에 뿌렸다. 조류독감 발병으로 가축을 살처분당해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농가가 축협에 생계안정자금을 신청하려 하자 그마저 막았다.

방역에 협조하다 생업을 잃은 농민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놓은 것이다. 이게 개혁을 표방한 정부가 할 일인가.

그러면서 물가를 잡겠다며 판당 2만5천 원에 수입한 계란을 4,900원에 팔았다. 혈세로 퍼부은 수입 계란이 2억 개를 훌쩍 넘으니 손실 규모는 가늠조차 안 된다.

9년 전 발표한 동물복지 케이지 기준은 기존 농가엔 각종 규제로 케이지 전환 등이 막혀 있는 상황으로 내년에는 스스로 사육규모를 30% 이상 줄여야 하는 상황에 , 특정 대기업에는 300억 원 가까운 지원과 수천억 원 저리 융자 특혜를 몰아주며 태백과 삼척의 경계지역에 초대형 양계단지 건설을 승인했다.

지역과의 최소한의 조정 절차도 없이 밀어붙인 결과, 삼척 주민들이 세종으로 몰려가 반대집회를 열고, 국회에 도움을 청했다. 최근에는 사업부지를 점거하고 삭발까지 하며 거리에 나서는 극한의 투쟁이 정부의 계란 농단 때문에 벌어졌다.

이 모든 무리수의 결말은 법원이 정리해 주고 있다. 협회 인가 취소 처분도, 공정위가 담합으로 몰았던 가격 안내 금지 조치도 잇따라 가처분 인용을 받아 냈다. 정부가 불법이라고 낙인 찍힌 사업이 문제가 없다라는 결론은 협회 인가를 취소 또한 철회해야 하는 사태로 번졌다.

불과 1년 수개월 만에 벌어진 국가 권력의 이 폭주를, 책임자 문책 없이 그냥 넘어간다면 농정의 정의는 이미 실종된 것이다.
초대형 양계단지 건설사업 무효를 요구하며 태백 사업부지에서 삭발을 감행한 삼척 주민들
초대형 양계단지 건설사업 무효를 요구하며 태백 사업부지에서 삭발을 감행한 삼척 주민들


그런데 가장 뼈아픈 대목은 정부가 아니라 같은 편이라 믿었던 이들에게서 나왔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농민의 길'이다. 사실 이 대목엔 필자도 책임이 없지 않다. 벼랑 끝에 몰린 산란계 농가들을 지켜보며, 필자는 농민회 축산 쪽 원로에게 직접 여쭌 적이 있다.

이렇게 정부에 핍박받는 농가에 농민회나 농민의 길이 연대해줄 수 있겠느냐고. 돌아온 답은 긍정적이었다. 강령에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돕는 조항이 있으니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필자는 이 말을 그대로 협회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실제로 농민의 길 의장은 돕겠다, 농민의 길 회원단체 가입까지 시키겠다 약속했고, 충북에 사는 농민회 정책위원장은 산란계협회 집행부와 만나 연대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이야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순식간에 뒤집혔고, 끝내는 전화조차 받지 않는 침묵으로 돌아왔다. 원로들의 말을 믿고 그 말을 전한 필자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선명한 투쟁 노선을 자임하던 농민운동 진영이 결국 정권 눈치를 보는 어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이제는 피하기 어렵다.

정작 눈앞에서 정부에 핍박받고 도움을 요청한 농민의 절규는 외면하면서, CPTPP 반대나 중동 파병 반대 같은 거대 정치 구호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이중적 민낯. 명절을 앞두고 다시 떠올리니 씁쓸함이 배가된다.
 
이번 추석, 계란으로 부친 전을 밥상에 올리며 그 계란 한 알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누가 짓밟혔는지 곱씹어볼 일이다.

출처: 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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