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난맥상]②동물복지 vs 가격안정…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규제의 역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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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08-07
작성자대한산란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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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당 사육공간 0.05㎡→0.075㎡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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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소비량 300여개. 비교적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인 달걀은 서민 밥상의 필수 품목이다. '1일 1란(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대형마트와 슈퍼 등 주요 판매처에서 30구 한 판 가격은 1만원을 훌쩍 웃돈다. 지난 겨울 산란계(달걀을 생산하는 닭) 농가를 휩쓴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감염병 여파로 알을 낳을 닭이 부족해진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정부가 부족한 공급량을 채우기 위해 수입란을 들여오고 각종 할인 정책을 유도해도 수급 불안정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낙후한 유통 구조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를 지목한다. 체계적인 가격 결정 시스템이 부재한 가운데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탁상공론이 맞물려 물량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아시아경제는 달걀 유통구조를 둘러싼 난맥상을 짚어 보고 해외사례와 전문가 제언 등을 통해 '금란의 시대'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30년간 산란계 농장을 운영해온 한 농가는 과거 사육시설당 가로·세로 57㎝×57㎝ 케이지에서 닭 7~8마리를 키웠고, 60㎝×60㎝ 면적에서는 6마리가량을 사육했다. 마리당 사육공간은 0.05㎡ 규모였다. 정부가 축산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마리당 사육면적을 0.075㎡로 상향하고, 내년 9월부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등 단속에 나서기로 하면서 케이지에 들일 수 있는 산란계 수는 4마리 수준으로 감소한다. 농장주 A씨는 "사육면적을 개선하기 전에는 마리당 사료를 120g씩 급이했으나 (닭의) 운동량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바뀐 면적에서는 123~125g으로 사료 주입을 늘려야 한다"며 "케이지 내 공간이 증가해 하절기와 동절기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등 사료비와 냉·난방비를 포함한 생산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달걀 유통업에 15년 이상 종사한 또 다른 농장주 B씨는 현재 마리당 0.075㎡ 규모로 개선한 직립형 케이지에서 면적당 6마리 수준으로 산란계를 사육 중이다. 그는 개선된 정책에 따라 하루 8마리가량 발생했던 산란계의 자연 폐사가 2~3마리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B씨는 "밀집된 환경을 조정하면서 닭의 활동량과 건강이 개선되고, 전염병 확산 등 질병의 위험이 줄었다"며 "사육면적 개선이 생산성뿐 아니라 달걀의 품질도 향상시켰다"고 만족해했다.
이들 사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3년 발간한 '산란계 사육면적 개정에 따른 국내 농가 대응 실태·파급효과 및 국외사례 조사' 연구보고서에 담긴 현장의 목소리다.
지역 양계농가에서 농장주가 사육장에 물을 뿌리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발생한 살충제 달걀 파동을 계기로 산란계의 적정 사육면적을 기존 마리당 0.05㎡에서 0.075㎡로 1.5배 확대하는 내용으로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밀집된 공간에서 진드기가 확산해 닭의 발육부진, 체중감소, 산란율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산란계 농가가 살충제를 사용하면서 논란이 된 것이 계기였다.
개정안에 따라 2018년 9월 이후 새로 설치된 시설에는 이 기준이 적용됐고, 기존 시설에 대한 전면 적용 시점은 지난해 9월에서 내년 9월로 2년 유예됐다. 2033년 9월부터는 케이지 사이 복도 폭이 기존 90㎝에서 120㎝로 확대되고, 케이지 3~5단 사이마다 고정식 복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높이 제한 규정도 시행된다. 복도 폭을 넓히면 공기 순환과 채광, 소음 분산 등 산란계 복지에 도움이 되고 양계장 내 방역 소독이나 청소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 등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질병 확산 속도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다만 사육면적 확대는 달걀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쟁점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마리당 0.05㎡ 사육면적에서 키운 산란계가 낳은 달걀을 뜻하는 난각번호 4번이 전체 소비량의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바뀐 규정에 따라 이들 물량이 줄어들면 소비자 가격과 달걀을 재료로 쓰는 외식·먹거리 비용의 연쇄적인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사육면적 개정으로 케이지당 사육할 수 있는 산란계 마릿수가 줄면 시나리오별로 달걀 생산량이 14%에서 최대 33.3%까지 감소하고, 유통비 등을 반영한 달걀 가격은 24%에서 최대 5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부적으로 달걀 가격이 24% 오를 경우 산업부문별 민간소비지출액은 3233억원 늘고 33.1% 증가 시에는 4458억원, 57% 상승 시에는 지출액이 7677억원 불어나는 것으로 각각 예상됐다.
보고서는 달걀 가격 상승이 수입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는데 이 부분은 이미 현실이 됐다. 달걀은 대부분 난백이나 난황 등 가공품으로 들여오는데, 조류독감 유행으로 수급불안이 우려될 경우 신선란을 수입해왔다. 조류독감의 유행으로 산란계를 대량 살처분하며 달걀값이 폭등한 2017년과 2021년의 경우 각각 1만6646t 3만7361t을 수입한 바 있다.
바뀐 정책에 따른 시설 개보수 비용을 두고도 이해관계자 간 온도 차가 크다. 농가 측인 대한산란계협회는 "시설 개축 등으로 사육비용이 20% 이상 증가해 농가는 기존 수익의 40%가량이 감소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개정안이 적용된 2018년 이전에 마리당 0.05㎡ 면적으로 설계한 시설도 유예기간 7년 이후 새 규정에 맞춰 개축해야 하기 때문에 10만마리당 최소 50억원의 투자비를 추가로 들여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산란계협회에 가입한 농가 583곳을 대상으로 2023년 사육형태를 조사한 결과, 직립형과 A형 구조를 포함해 마리당 0.05㎡ 면적의 케이지에서 산란계를 키우는 농가의 비중이 87.6%에 달해 상당수가 개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농식품부는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근거로 달걀 생산비 가운데 시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 수준으로 미미하고, 농가의 시설 개선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유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세부적으로 상당수 농가가 동물복지 축산농장과 개선된 케이지 등으로 전환해 개정안이 적용되기 전 면적으로 산란계를 키우는 이른바 '관행 사육 농가'는 올해 5월 기준 전체의 39%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관행 사육 농가 중 80% 이상이 사육밀도를 개선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밝혔고 32개 농가는 시설 개선 중, 125개 농가는 내년 중 시설 개선 계획이 있는 것으로 각각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 코너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육면적 확대 정책이 내년 9월 전면 시행되기 때문에 산란계 농가의 시설 개선 작업을 위한 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부터 3574억원을 융자와 이자 차액 보전 등으로 지원했고, 내년도 예산안에도 이 부분을 반영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원주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케이지 사육면적 확대는 동물복지와 사육환경 개선, 질병 저항성과 생산성 확보라는 장기적 산업 구조 정책"이라며 "지금처럼 공급이 빠듯한 국면과 맞물리다 보니 (가격 안정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책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가격 억제를 목표로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생산자에게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등의 인위적 개입은 당장의 지표는 낮출 수 있어도 사육 기반의 이탈을 낳는다"며 "규제 적용의 유예 기간과 지원 사업의 집행 속도를 정교하게 맞추는 일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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