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싼 계란도 넓은 닭장도 공짜는 아니다 |
|||
|---|---|---|---|
|
작성일2026-05-19
작성자대한산란계협회
|
|||
|
100 |
|||
![]() ▲노승길 정치경제부 차장 [이투데이 노승길 기자] 계란 한 판에는 물가와 동물복지, 농가의 생존비용이 함께 담겨 있다. 싸게 먹고 싶다는 요구와 더 나은 환경에서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충돌하는 순간, 계란은 밥상 위의 정책 딜레마가 된다. 정부는 계란값을 낮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도 산란계 사육환경 개선이라는 또 다른 숙제를 미룰 수 없다. 닭장을 넓히면 생산비는 오르고, 생산비가 오르면 계란값 안정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싼 계란도, 넓은 닭장도 결국 비용의 문제인 셈이다. 계란값 자체도 구조적으로 흔들리기 쉽다. 한 판 가격이 7000원 안팎으로 뛰면 소비자는 곧바로 장바구니 부담을 느낀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 산란계 살처분에 따른 공급 부족이 가격을 밀어 올리고, 유통 단계에서 가격 결정 구조가 불투명하면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할인 지원과 신선란 수입, 유통구조 개선으로 급한 불을 끄려 하지만 계란값은 작은 변수에도 민감하게 흔들린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닭장도 넓혀야 한다. 산란계 한 마리당 사육면적을 0.05㎡에서 0.075㎡로 넓히는 사육밀도 개선 정책이 그것이다. 난각번호 4번으로 표시되는 기존 케이지 사육을 줄이고 더 나은 사육환경으로 옮겨가자는 방향이다. 소비자는 싼 계란을 원하고, 사회는 더 나은 동물복지를 요구한다. 둘 다 틀리지 않다. 문제는 그 사이의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느냐다. 정부도 이 딜레마를 모르지 않는다. 당초 지난해 9월로 예정됐던 시행 시점은 계란 수급과 가격 불안을 이유로 내년 9월까지 사실상 유예됐다. 관행사육 농가 655곳 중 521곳이 이행계획서를 냈고, 일부 농가는 이미 시설 개선에 들어갔다. 겉으로 보면 전환은 순조로운 듯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숫자는 곧 비용의 다른 이름이다. 같은 계사라면 마리당 사육면적이 0.05㎡에서 0.075㎡로 넓어질 때 키울 수 있는 닭은 단순 계산으로 3분의 1 줄고, 줄어든 생산량과 시설 투자비는 결국 계란 한 알의 가격 압력으로 돌아온다. 낡은 계사를 고치고, 케이지를 바꾸고, 같은 마릿수를 유지하려면 공간도 더 필요하다. 증축 규제와 자금 부족에 막힌 농가에는 ‘동물복지’가 구호가 아니라 대출과 인허가의 문제다. 그렇다고 유예만 반복할 수는 없다. 좁은 케이지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다. 소비자도 더 이상 가격만 보지 않는다. 어떤 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인지, 농장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도 따진다. 닭장을 넓히는 일은 선택 가능한 이미지 개선 사업이 아니라 축산업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넘어야 할 기준에 가깝다. 다만 정부가 조심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계란값이 오를 때마다 사육환경 개선이 ‘비싼 계란’의 원인처럼 몰리는 현상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산란계협회의 계란 산지 기준가격 결정·통지 행위를 제재한 사례는 계란값 부담이 단순히 동물복지 비용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생산비, 질병, 유통구조, 기준가격, 웃돈 거래가 뒤엉킨 시장에서 사육밀도 개선만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쉽지만 부정확하다. 그렇게 되면 정작 손봐야 할 유통구조는 뒤로 밀리고, 농가와 소비자만 서로를 탓하게 된다. 계란 정책의 실패는 대개 한쪽만 본 데서 시작됐다. 가격만 보면 닭장은 그대로 남고, 복지만 앞세우면 장바구니 부담을 설명하지 못한다. 농가에는 전환할 수 있는 자금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고 소비자에게는 가격 부담을 낮출 투명한 유통구조가 필요하다. 정부에는 두 과제를 동시에 설계할 책임이 있다. 할인쿠폰으로 오늘의 가격을 누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융자 지원 몇 줄로 농가의 시설 전환을 맡겨두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계란은 싸야 한다. 하지만 싸기만 한 계란이어서는 안 된다. 닭장은 넓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 비용이 준비 없이 농가와 소비자에게 떠넘겨져서도 안 된다. 계란값을 잡으면서 닭장도 넓히겠다는 말은 듣기 좋은 균형론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예의 반복이 아니라 가격 안정과 사육환경 개선을 함께 버틸 수 있는 정교한 비용 분담의 설계다. 출처: 이투데이 |
대한산란계협회 홈페이지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