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상승 억누르기 위해
생산·유통에 부담 떠넘기면
장기적으로 수급체계 붕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먼저
김민경 건국대 식품유통학과 교수
[김민경 건국대 식품유통학과 교수]
새해 들어 계란 한 판(30개) 가격이 7000원대로 올라서면서 농산물 가격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단기적 할인 지원이나 수입 확대를 통해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기적 가격 변동을 과도하게 충격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장바구니 부담을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례적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숫자만을 부각해 소비자 불안을 부추기면 자칫 문제의 원인과 해법이 지나치게 단순화돼 근본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계란은 생산을 갑자기 늘리기 어렵다. 산란계를 늘린다고 해서 내일 당장 생산이 늘지 않는다. 따라서 한번 공급이 흔들리면 가격이 잠시 출렁일 수 있다. 이런 구조를 설명하기보다 높아진 가격만 부각해 공포를 조장하면 소비자는 불안해지고 선구매가 늘어난다. 이로 인해 유통 단계에서는 재고 방어 주문이 앞당겨지면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며 시장은 더 흔들리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과연 누가 이득을 보고 손해를 보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 물가 안정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산지 가격이 이미 5200원 이상인 상황에서 소비자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려면 결국 생산이나 유통 어느 한쪽이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그 부담이 생산자 쪽으로 과도하게 전가되면 농가는 버티기 어려워진다. 국내 생산이 축소되면 수입 의존이 커지고 환율, 물류비, 검역 비용 같은 외부 변수에 가격이 더 민감해져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가격 불안이 커질 수 있다. 당장의 숫자 관리가 미래에 더 큰 불안을 만드는 셈이다.
정부의 단기적 할인 지원이나 수입 확대는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계란 공급에는 한계가 따른다. 질병 예방과 방역 체계를 강화해 공급 충격을 줄이고 사료·에너지·물류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생산성 개선을 지원해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동안 행해져온 불합리한 유통 관행을 개선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함께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계란 가격이 오르면 모두가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불편함을 불안으로 키우는 것, 그리고 생산 기반을 흔드는 처방은 결국 소비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진단과 균형 잡힌 해법이다. 소비자를 위한 물가 안정은 중요하다. 다만 생산자를 외면한 안정은 지속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계란 한 알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잊어선 곤란하다. 닭은 하루에 많아야 알 한 개를 낳는다. 그 한 알을 위해 농가는 매일 닭을 살피고, 사료를 주고, 온도와 환기를 관리한다. 또한 질병을 막기 위해 방역과 위생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여기에 세척·선별·검란을 거치고 신선도를 위해 온도 관리 속에 운송한다. 계란 한 판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불안을 고조시키기보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고 합리적인 유통을 유도하는 게 더 이익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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