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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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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광장] 지켜야 할 것은 농가의 의지, 줄여야 할 것은 징벌의 잣대

작성일2025-10-21
작성자대한산란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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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민 충남대 동물자원생명과학과 교수
허정민 충남대 동물자원생명과학과 교수

계란은 인류가 가진 가장 완전하고도 경제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다.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미네랄이 균형 있게 들어 있으며, 모든 세대가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다. 우리나라 산란계 산업은 오랜 기간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며 국민의 단백질 안보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각종 규제와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는 농가의 의욕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산란계 살처분 보상 제도다.

현행 법령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시 예방적 살처분 농가에도 보상금의 최대 80%를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어느 농가도 감염을 원하지 않는다. 국가 방역정책에 협조하기 위해 살처분을 감내했음에도, 보상금이 '징벌적 감액'으로 돌아오는 것은 형평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더구나 이 기준은 7년 전 제정된 오래된 규정으로, 생산비 상승과 산업 구조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산란계 농가의 실제 사료 급이량은 현행 보상 기준보다 20g 이상 많았고, 계분 처리비와 인건비 역시 2017년 기준 단가의 몇 배에 달했다. 농가들은 "보상금이 현실 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피해를 감수한 농가가 오히려 가해자로 취급받는 모순된 현실, 이것이 바로 제도의 문제다.
물론 일부 농가들도 돌아봐야 할 점이 있다. 방역 매뉴얼을 형식적으로 이행하거나, 축사 환경 관리가 미흡한 경우도 존재한다. 일부의 부주의가 전체 산업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면 그 피해는 결국 성실하게 일하는 다수의 농가로 돌아간다. 따라서 정부의 제도 개선과 함께, 농가의 자정 노력 또한 병행돼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은 AI 확산 당시 피해 농가의 생존을 국가의 방역 전략 일부로 간주하며 전례 없는 규모의 지원을 단행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살처분된 가금류와 계란에 대한 직접 보상뿐 아니라, 폐기·청소·소독비, 재입식 비용, 생산중단 기간의 손실 보전을 함께 지원했다. 이는 농가의 회복이 곧 방역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나아가 미국은 이러한 보상정책을 '벌금형'이 아닌 '회복 중심(recovery-oriented)'의 정책도구로 인식해, 농가가 정부 방역에 적극 협조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 역시 본받을 점이 많다. 방역에 협조한 농가를 징계하듯 감액하는 제도가 아니라, 피해를 입은 농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회복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농가의 협조 없이는 국가 방역체계도 완성될 수 없다.

또 하나의 불균형은 방역정책의 초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철새 서식지 보전과 생태 보호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국제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국민의 단백질 안보를 책임지는 산란계 산업에도 균형 잡힌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철새로부터의 전파 위험이 존재한다면, 자연환경 관리와 함께 가금농가의 방역·보상체계가 조화를 이루는 '통합형 대응'이 필요하다. 환경보호와 산업 보호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안전망으로 함께 설계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을 반영한 보상체계의 재설계다. 사료비·인건비·전기안전관리비 등 실제 비용을 반영하고, 예방적 살처분 농가에 대한 감액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또한 생산성을 유지하는 노계의 잔존가치를 인정하고, 일률적 수익률 대신 실태조사에 기반한 합리적 산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방역은 국가의 책임이고, 협조는 농가의 의무다. 이 균형이 회복돼야 지속 가능한 축산이 가능하다.

계란 산업은 단순한 생산 현장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는 방패이며, 농촌경제의 버팀목이다. 정부의 따뜻한 관심과 균형 잡힌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오늘도 우리는 국민의 건강한 식탁을 위해 묵묵히 애쓰고 있다. 허정민 충남대 동물자원생명과학과 교수

출처: 대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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