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신지 기자]

계란 소비 대국인 중국.
중국의 산란계 산업은 말 그대로 ‘속도전’이라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발전 속도가 무섭다.
특히 산업의 규모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사육마릿수 기준으로 100만 마리의 대형 농가는 2023년 새롭게 구축된 산란계 농장 88곳 중 60곳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계란 섭취량이 280개 인데 비해 중국은 2배가 넘는 약 700개다.
급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산란계 산업을 살펴보기 위해 국내 산란계 농가 15곳과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3박 4일간 중국 청도와 상해를 방문 취재했다. 특히 중국내 CP 그룹 산하의 정대기전(CP M&E)의 경우는 사료 생산부터 기자재 제조까지 한 번에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중국 산란계 산업 규모화 진행 중
중국의 산란계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의 산란계 사육마릿수는 약 11억9200만 마리로 전 세계의 35% 수준이다. 연간 계란 생산량은 3000만 톤 정도로 세계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최근 10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대형 기업 농장이 늘고 있고 온라인 유통과 브랜드 계란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중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산란계 산업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국내 산란계 사육마릿수는 2023년 기준 약 7800만 마리로 연간 계란 생산량은 110만4000톤 가량이다.
청도 현지에서 만난 중국 산란계 산업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소비량은 1인당 연간 700개 수준으로 한국이 280개인 것에 비하면 2배가 넘는다”며 “중국은 액란·가공란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반면 한국은 난각이 온전한 계란 형태의 소비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계란 유통구조의 경우 중국은 기업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원화 하는 구조와 온라인 직거래가 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계란 선별·포장을 거쳐 위생 관리·포장재 표준화·산란일자 표시 후 대형마트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국은 산란일자 표시제, 식품안전관리(HACCP, 해썹), 동물복지 인증제 등 제도적 안전망을 강화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동물복지·환경 규제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대형 농장 중심으로 스마트팜과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 계란 생산부터 포장까지 일원화 주목돼
실제로 2020년 중국 청도에 지어진 정대기전의 산란계 농장은 단독 농장 기준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계사당 18만 마리를 사양관리하고 있는 8개 산란성계사에선 전체 350만 마리의 산란성계가 관리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계란 선별·포장, 계분 처리까지 이뤄진다.
정대기전은 산란계 농장 근처에 위치한 2개의 육성사에서 병아리를 중추까지 키워 산란성계사로 옮겨 키우고 있다.
뤼밍싱 정대기전 양계설비팀장은 “정대기전의 산란계 농장은 대부분 자동화로, 2동에 3명의 관리자가 상주하며 관리하고 있으며 기계 설비 담당자가 따로 있어 사양관리와 기계관리 파트를 나눠 운영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생산된 계란은 바로 선별·포장 공장으로 옮겨져 파각란, 혈란 등의 등외란을 구분하고 포장되며 난각에 이상이 있을 경우 액란으로 만들어 가공 공장으로 보내진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해썹의 액란 생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계란을 생산한 뒤 세척·검사를 거쳐 난황과 난백을 분리, 여과·균질·살균의 과정 후에 판매로 이어진다.
홍유정 대한산란계협회 정책위원은 “중국은 액란을 활용한 제과·제빵, 유제품 등이 마트에서 손쉽게 판매되고 있다”며 “현재 국내 액란 활용도가 높지 않은데 이를 활용한 제품을 연구·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뤼밍싱 팀장은 “현재 정대기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계란은 초란으로 1마리당 생산량이 적어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편”이라며 “중국은 DHA, 오메가3, 동물복지 인증 계란 등의 기능성 계란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정대기전의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된 계분은 발효 과정을 거쳐 친환경 비료로 사료 원료를 재배하는 곳에 사용된다.
# 중국도 동물복지가 트렌드
전 세계적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중국에서도 동물복지 계란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식품산업 전반에서 확산 중인 동물복지 흐름에 발맞춰 중국 역시 산란계 사육환경 개선과 브랜드 계란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 산란계 산업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대형 산란계 농장을 중심으로 동물복지형 케이지 프리(cage-free) 사육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식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점차 가치 소비로 나아가고 있어 기존 배터리 케이지 방식 대신 평사나 방사 사육을 적용해 계사의 밀집도를 낮추고 산란계의 행동권을 보장하는 방식의 사육 방법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내 주요 마트에서는 ‘무항생제’, ‘자연방사’, ‘동물복지 인증’ 등을 내세운 프리미엄 계란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안전·건강·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대형 식품기업과 유통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며 중국 현지 대기업들도 자체 동물복지 브랜드 계란을 출시하고 있다.
뤼밍싱 팀장은 “중국 계란 산업은 그동안 규모화와 생산성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 인식 변화에 따라 가치 중심의 동물복지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제 무역에서도 동물복지 기준이 강화되는 만큼 관련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대기전의 산란계 농장에서도 동물복지 계란 생산의 비중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산란계 케이지, 낮은 운송 비용과 A/S
정대기전이 공급하는 산란계 케이지는 짧은 운송 거리로 인한 낮은 운송비와 신속한 사후관리(A/S) 지원을 바탕으로 현장을 둘러본 국내 산란계 농가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정대기전은 케이지 설비를 중국 내 자체 생산공장에서 제작해 공급함으로써 물류비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제품은 해상 운송과 통관 과정을 거치면서 비용과 시간이 크게 늘어나지만 정대기전 제품은 중국 현지 생산 기반 덕분에 운송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납기 기간도 짧다. 이는 농가가 대규모 시설 투자를 진행할 때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정대기전 본사 직원 파견이라는 A/S 시스템을 운영하며 농가들의 사후 관리 문제에도 발 빠르게 대응할 방침이다. 산란계 케이지는 설치 후에도 환기, 급이·급수 장치, 자동화 제어 시스템 등 유지보수 요소가 다양하다. 수입 제품의 경우 부품 수급과 기술 지원이 지연되면서 농가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잦은 반면 현지 부품 공급망과 서비스 인력을 갖추고 있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대기전 측의 설명이다.
현장을 둘러본 박병곤 대한산란계협회 강원도지회장은 “케이지 설치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품질과 빠른 정비”라며 “계란은 매일 생산되기 때문에 기계가 고장나면 최대한 빨리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정대기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산란계 산업은 대규모화와 집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가의 운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격 경쟁력과 사후 관리 체계는 다른 회사의 제품과 차별화되는 핵심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선 케이지 장비 선택 시 단순히 가격보다 품질, 유지보수 용이성, 서비스 대응력 등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손후진 대한산란계협회 경북도지회장은 “실제로 중국의 케이지 품질이 좋다는 평가가 있어 경북지역 산란계 농가들이 중국 케이지 설비를 설치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축산 기계의 경우 한 번 설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주변 농가들의 사용 후기가 설치에 큰 영향을 끼치는 편”이라고 말했다.

# 브로와 필요 없는 컴포스트…많은 용량 처리 가능해
정대기전이 선보인 신형 컴포스트 기계는 브로와 없이도 대용량 가축 분뇨를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혀 농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왕웨이 정대기전 해외사업부장은 “정대기전의 컴포스트는 독자적인 통기·교반 시스템을 적용해 별도의 브로와 장치 없이도 퇴비화 과정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한다”면서 “일반적으로 축산농가에서 사용되는 기존 퇴비화 장비는 브로와 설치로 인한 전력 소모가 필수적이어서 운영비와 유지보수 비용이 큰 부담이 되지만 정대기전의 신형 컴포스트 기계는 구조적 개선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설비 관리도 간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되는 분뇨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돼 하루 처리 용량이 기존 장비보다 크게 향상됐다.
이에 산란계 농가들은 만약 브로와 없이 컴포스트만으로도 계분을 건조·발효할 수 있다면 브로와 교체나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많은 양의 분뇨를 처리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평가했다.
정대기전은 앞으로도 분뇨 처리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체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장비 설치와 유지보수, 부품 교체 등 사후 관리가 용이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고도경 코리아 CP 대표는 “판매 초기에는 중국 본사에서 직원을 파견해 설치부터 관리까지 지원할 계획”이라며 “사업이 안정화되면 국내 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기계 설치, 사후관리까지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대기전은 앞으로도 분뇨 처리 효율을 높이고 농가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 [Interview] 루지빈(吕子彬) 정대기전 부회장
-에너지 소비 줄이고 효율성 높인 ‘신형 컴포스트’ 주목
“중국 축산업은 대형화와 함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정대기전은 농가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효율·친환경 장비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정대기전이 축산 기자재 분야에서 새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료·산란계 기자재 생산, 분뇨처리 시스템 등 종합 솔루션을 공급하는 이 회사는 최근 스마트 케이지 시스템 등을 앞세워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루지빈 정대기전 부회장은 ‘사람은 기계를, 기계는 축산물을 생산한다’는 신념으로 농가 생산성·효율화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루지빈 부회장은 특히 브로와 없는 신형 퇴비화 장비를 강조했다.
“기존 장비는 브로와 설치·교체와 전력 소모가 불가피해 운영 부담이 컸습니다. 정대기전의 컴포스트는 자체 개발한 교반·통기 시스템으로 별도 브로와 없이도 충분한 산소 공급을 보장합니다. 이로써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처리 용량은 늘려 농가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루지빈 부회장은 최근 남경농업대학(南京农业大学)과의 산학 교류에서도 디지털화·스마트화 전략을 공유한 바 있다.
“앞으로 축산기자재 산업은 기계적 효율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 관리와 자동화 수준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정대기전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장비 개발을 통해 기업의 고품질 발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차별화 역시 정대기전의 핵심 전략이다. 루지빈 부회장은 중국과 한국 간의 이송거리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를 바탕으로 신속한 A/S 시스템을 마련해 농가들의 고충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한국은 유럽, 미국과 비교해 짧은 이송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의 해외 수입 장비와 비교해 정대기전이 갖는 중요한 경쟁력이죠. 이를 활용해 한국의 축산 농가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A/S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루지빈 부회장은 중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동남아·중동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서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정대기전의 목표는 단순히 장비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농가와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친환경·디지털 장비로 중국과 세계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하겠습니다.”

# [Interview]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 회장
-인공지능·ICT 기반 농장 자동화와 전문성 강화 필요
“중국이 식량 안보 차원에서 축산업, 특히 계란 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규제보다는 지원 중심의 정책이 중국의 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있으며 농장 운영에서 기자재, 사양 관리까지 국내보다 앞서간다는 느낌을 받았죠.”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 회장은 지난달 16일부터 19일 동안 중국 현지 산란계 산업 현장을 둘러보며 규모화와 자동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두영 회장은 특히 중국의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농장 운영에 대해 국내 산란계 산업보다 발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땅이 넓어 축사 규모 자체가 크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양관리가 일반화돼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만큼 노동의 대부분을 인력이 담당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로봇과 ICT 기반 기술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어요. 정대기전과 같은 대기업은 기자재 생산 과정에서조차 로봇 비중이 높았고 인력과 시설 관리 역시 전문성이 강화돼 있었습니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축산업이 본격적인 자동화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모화가 이뤄지면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원화 체계가 가능해지고 농장 관리도 로봇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대기전의 경우 등외란이 발생하면 그날 바로 액란으로 가공돼 유통됐습니다. 이 같은 시스템은 유통과정이 짧고 단순해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구조죠. 우리나라는 아직 계란을 활용한 제품이 많지 않아 계란을 활용한 가공품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액란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출처: 농수축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