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김신지 기자]

국내 하루 평균 계란 생산량은 우리나라 인구수 약 5175만 명에는 못 미치지만 올 들어 지난달 기준 자급률 93%에 달하는 약 4804만 개다.
최근 소비부문에서 가정 내 계란 소비량이 증가하는 반면 생산현장에선 내년 9월부터 시행예정된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와 계란 산지가격 발표 등으로 생산비 증가가 우려되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재의 계란 산업과 앞으로의 산업 변화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살펴보고 농협 계란 출시 10개월에 대해 평가했다.
# 가격 설정과 유통 경로는
계란의 유통구조는 크게 생산과 도매, 소매로 구분된다.
생산단계는 농가가 계란을 생산해 소매처, 식용란수집판매업체, 식품유통업체 등에 판매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도매단계는 식용란수집업체와 식품유통업체가 농가에서 수집한 식용란을 선별, 세척, 포장 등 과정을 거친 이후 소매처에 납품하는 과정이다.
소매단계는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소비자에게 직접 식용란을 판매하는 소매처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 유통실태 조사 결과 2019년 기준 생산단계의 업체별 유통 비중은 식용란수집판매업체가 전체 유통량의 85.6%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후장기 거래로 사후정산제도로도 불리는 거래방식이다.
유통업자들이 수거한 계란을 우선 유통하고 한 달 뒤 농장과 가격을 결정하는 것으로 대형마트나 식자재마트 등 최종 판매처에서 계란 가격을 결정하면 유통업자는 손실 최소화를 명목으로 산란계 농가의 계란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농가에서 직접적으로 소매업체에 납품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거래가 후장기 거래로 이뤄지며 계란 가격하락 시 이에 대한 부담은 농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농가에게 불리한 거래조건에도 불구하고 소비처에 직접 판매할 수 없는 농가들은 유통업자들과 거래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축평원은 20개의 유통 계란집하장(GP)과 115개의 농가·생산 GP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계란 권역별 산지가격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다 세분화된 조사체계를 구축해 ‘권역별 계란 산지가격’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부가 계란 산지가격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안두영 산란계협회 회장은 “후장기 거래를 금지할 수 있는 제도가 먼저 준비돼야 투명한 계란 가격 결정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계란 가격이 낮을 때는 규제하지 않던 것을 이제야 규제하는 것은 통제라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생산비 상승 우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4 농업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 내 계란 소비량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소비자 응답률은 48.5%로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늘고 있다.
가정 내 계란 소비량 증가가 계란 생산 현장의 희소식으로 들릴 수 있지만 현장에선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계란 산지가격 발표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18년 7월 축산법 시행령 개정으로 ‘산란계·종계의 적정사육면적 기준 상향 및 케이지 시설기준 신설’이 개정되면서 내년 9월부터는 케이지 적정사육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사육환경개선을 위한 산란계 사육 케이지 면적 확대 정책을 두고 생산자들이 급격한 생산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산란계 업계 관계자들은 사육면적이 이같이 확대되면 계란 생산량·사육마릿수 감소 등으로 생산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두영 회장은 “A형 케이지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곳은 전국에 172개 농가로 사육면적이 1.5배로 확대되면 현재 계란 1알당 약 150원이던 생산비가 사육마릿수 감소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7년의 유예기간은 케이지 사용 연한인 20~30년의 절반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2033년에 시행 예정인 케이지 신설 기준에 맞춰 유예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겨울철에 겪는 조류인플루엔자(AI)를 대비해 사육기반을 넉넉히 준비해야 하는데 케이지 면적을 확대하게 된다면 사육기반 또한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새롭게
양계장을 늘리고 싶어도 기존 양계장 주변은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땅이 많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산란계 농가는 “산란계는 장치산업으로 시설투자비용이 많아 사육면적이 넓어지면 생산비 증가는 물론이고 축사 내부의 적정온도 유지가 힘들어 질병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표준거래계약서, 거래 투명성 위한 첫 걸음
정부는 지난해 계란 거래가격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담은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계란 유통구조의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주도로 생산자, 유통업자, 식용란선별포장업자,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으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계란공판장 활성화, 거래내역이 명시된 계산서 발행 등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이후 지난 7월 정부는 계란 산지가격 고시와 함께 표준거래계약서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생산자단체는 생산자가 건의한 의견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란계협회는 정부의 표준거래계약서 발표 직후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표준거래계약서에는 생산자들의 요구 사항이 결여돼 있다”며 “상품거래는 당일 정산방식이 원칙임에도 1개월 후에 정산하도록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도가 준비되지 않은 계약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산란계업계 한 관계자는 “표준거래계약서, 거래명세서 작성 등을 바탕으로 계란 가격이 거래 시점에 공개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면서 “계란 공판장, 온라인 도매시장 등 유통방식을 다변화해 농가들이 거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해결책을 바탕으로 발전적인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불공정거래 개선 위한 농협 계란…사업은 제자리걸음
지난 1월 유통단계 축소로 합리적인 계란 가격을 보장하고 농협인증 계란으로 유통선진화와 소비확대를 꾀하고자 농협 계란이 출시됐지만 10개월의 시간 동안 사업은 제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계란의 출시 배경에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의 안심계란의 가격 경쟁력을 보완하고 권역별 공급거점 부족과 계란 특성상 잦은 물류이동·원거리 이동시 물류비 증가 등의 문제 개선이 있었다.
이에 한국양계농협, 대전충남양계농협, 포천축협 계란유통센터(EPC)와 연계한 고품질의 위생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며 시장에서의 파급력을 키우려고 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
대했다.
먼저 이미 시장에 출시된 계란 브랜드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지역의 하나로마트에서조차 농협 계란 판매에 대한 판매 니즈(needs, 요구)가 크지 않았다. 또한 EPC에서 물세척, 선별, 저온저장·유통을 바탕으로 한 고품질을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유통·소비 시장에서 반응은 미미하다.
축산경제에서 하나로마트 측에 농협 계란에 대한 홍보를 요청했지만 현장의 반응도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농협계란은 고품질 계란이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출시됐는데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계란을 구입할 때 아직까지 가격을 우선적으로 본다”며 “지역의 하나로마트에서도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매대 판매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하나로마트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홍보가 덜된 농협계란 판매를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축산물도매분사와 거래하는 농가들의 반발로 사업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축산물도매분사를 통해 계란을 판매하고 있는 농가들은 농협 계란 출시가 농협이 기존 농가와의 거래를 끊고 3개 농협 EPC만을 통해 계란을 취급하는 것으로 생각해 반발했다.
계란 관련 담당자들이 기존의 거래를 유지하고 기존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에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이후 다시금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민청 축산경제 가금팀장은 “농협 계란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으며 사업 방향과 확대 등에 대한 검토를 지속하고 있다”며 “EPC가 계란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높여 그동안의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없다”고 밝혔다.